NEW BLOG— ANZI’s Archive
2024년 2월 7일이 블로그 만들기 기록의 시작일이다.
무슨 마음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이 날의 기록에 카메라 렌즈를 샀다가 반품한 흔적이 있는 걸로 보아서는 사진을 찍는 것에 꽤 취미를 가지게 되었지만 혼자 찍고 즐기기에는 Instagram 정도의 형식으로는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다. 어쨋든 블로그는 2016년을 기점으로 Facebook, Instagram 정도의 SNS로 충분히 갈음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인지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는 영역이었지만,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SNS에 전월세 살이를 하는 느낌보다는 내 집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이다.
어려서부터 새로운 노트를 갖는 것에 행복해하던 기억이 난다. 왜 그랬을까. 글쓰기보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나로서는 새로운 노트는 새로운 구성의 시작점이다. 물론 안타깝게도 노트 한 권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가진 적은 군대에서 쓰던 노트를 제외하고는 없다. 구성 중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게 되면 고쳐쓰는 것 보다는 새로운 노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마 비슷한 이유로 새로운 홈페이지를 만들고 블로그를 만드는 것 같다.
아무튼 설날 연휴 주간을 시작으로 첫 블로그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꽤 의욕적이었던 마음이 초기의 디자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여담이지만, 결과물이 완성에 가까워질수록 장식 요소가 빠지는 이유는 작업 하면서 질려버리기 때문일까. 그럼 단순히 방문자들을 위해서라면 장식 요소를 제거하지 않는 쪽이 나을까. 어려운 문제다.
어느 정도 디자인을 구상하고 활용할 기술을 결정했어야했는데. 첫 번째로는 플랫폼이 고민이었다. 직접 CMS를 만든 적도 있지만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선택이기도 하고 요즘에는 대안이 너무 많다. 나는 Notion을 주력 노트로 사용하고 있고, Notion API에 대한 가능성을 검증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글쓰기 접근성 면에서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Notion API, React, NextJS, Vercel이 주요 스택이다. 스타일링 관련해서 초기에는 StitchesJS로 스타일링을 했지만 추후 Panda CSS로 변경했다. 특별한 기술적인 이유보다는 뭔가 제약을 만났고 그 제약을 Panda CSS가 풀어주는 형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기에는 작업은 목록과 게시물이 한 페이지에 나오는 형식으로 디자인했지만 NextJS의 SSG 방식을 선택하면서 SPA스러운 구성보다는 전통적인 형태의 별도 상세 페이지 형태로 뼈대를 잡았다.
이번 사이트는 만들면 오랫동안 운용하고 싶었다. 이제 매번 바꿀만큼의 노력을 하기에는 좀 지겨운 탓도 있고 껍데기가 컨텐츠가 되는 것보다는 내용에 집중하고 싶달까.
목표 첫 번째는 빠른 반응성. 두 번째로는 디자인은 최대한 단조롭고 익숙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하고 싶었다. 그래야 그것에 담기는 컨텐츠가 더 잘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Radius는 사용하지 않았고 폰트 사이즈도 12 - 15px이 Base가 되는 형태로 약간은 Big Typography가 대세인 시대에서 레트로적인 느낌을 내고 싶었달까. 최대한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어야했다. 음식도 자극적이고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은 강렬하지만 대체로 금방 지겨워지기 때문에 슴슴함이 목표였다. 상세 페이지 상단에 보이는 Gallery 형태의 이미지 영역에 꽤 여러가지 시도들을 햇는데, 결과적으로는 포멀하면서 단조로운 구성을 선택했다.
그렇게 2월에 작업을 거의 끝내는 듯 싶다가 반 년 정도 시간이 흘러서 지금에야 완성하게 된 이유는, Notion API에서 불러온 이미지 URL은 노션의 보안 정책 때문에 1시간 이후 해당 링크가 만료가 된다는 사실을 배포 후에 알게된 것. 끝난 줄 알았던 작업에 큰 구멍이 있었다. 개발 환경에서는 매번 Notion 데이터를 받기 때문에 미쳐 몰랐다. 귀찮아서 배포 버전도 그냥 매번 데이터를 받게 하려다가 그러면 이 사이트를 만들 때 목표한 것들이 모두 무너진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는 작업 진행이 짜게 식어버렸다. 이유는 아마 업무 때문에 바쁜 것도 있고 더 이상의 시간을 들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그러고나서 이 달 초에 다시 작업을 꺼내게 되었는데, 이왕 삽을 떠놓은 것을 완성하고자 하는 생각도 있었고 노션에서 즐겨찾기 해놓은 블로그용 DB가 계속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이미지 만료 문제는 Supbase Storage에 업로드 하면서 어찌저찌 마무리 했다. 이제는 내용을 잘 쌓는 일만 남았다. 어떤게 그것의 동기를 줄까 생각해봤지만, 방문자 피드백은 아닐 것 같고 개인적인 기록 보관소 정도로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이 그나마 동기를 줄 것 같다. 예전 텀블러 최근에 다시 보고는 과거의 생각과 기록을 읽는 경험이 꽤 소중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