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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부작용Side-effect of Taste.

NO.13 / 2024.07.06. 04:41

좋은 취향을 가지려는 것이 일으키는 부작용에 대한 고찰.

최근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이 사람은 취향이 없는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당연히 취향이 있겠지만, 일에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보통 취향은 어떤 것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필요로 한다. 술을 모르는 사람이 꼬냑이나 싱글몰트의 맛, 피트향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취향이 있는 사람인가? 상대적으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음식을 먹든 음악을 듣든 취향의 무게가 좀 있는 편인데, 문제는 그것이 일과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어 일을 하는 데 꽤 피곤한 일이 된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 수면욕, 성욕 등을 모든 인간이 가진다고 봤을 때, 나는 아무래도 그것보다는 미학, 음악 등 기본 욕구를 넘어선 무언가를 탐닉하는 경향이 있다.

취향이 일이 될 때 벌어지는 문제는 목표 지향적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음악을 어떤 목표로 듣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유튜브의 배경 음악을 찾기 위해 음악을 듣는 것은 일이며 목표다. 이때 음악은 듣는 것이 아니라 귀로 적합한지 판단할 뿐이다. 거기서 느낌을 찾는다 하더라도 내가 느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듣는 것을 생각하기 때문에 관점이 완전히 달라진다.

어려서부터 디자인을 시작했기 때문에 나를 위한 디자인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게 보는 사람도 좋으면 좋겠다는 기대 정도로. 하지만 일은 온전히 고객을 위한 것이다. 나의 취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게 내 사업이 아니라면 말이다. 애플조차도 HIG를 보면 철저히 고객 중심이다.

취향이 좋은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사람들을 만날 때 좋은 취향의 사람과 함께하면 모르는 입장에서도 좋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일에서 취향이 뚜렷한 사람은 대체로 피곤하다. 일은 함께하는 것인데 취향대로 이야기하면 보통은 그 깊이를 메우는 데 여러 사람의 힘이 들게 된다. 목표 지향적 사고와 약간은 대치되는 개념이랄까.

한편으로 인간의 목표를 행복으로 볼 때 이는 좀 괴리가 있다. 비즈니스 목표 또한 그런 인간이 세운 목표일 텐데 말이다. 행복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행복을 포기하는 것. 이런 프레임으로 가는 느낌이랄까. 나는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까? 오히려 취향이 더 견고해지면 이런 고민이 없어질까? 주변에 디자인을 잘한다는 친구들을 봐도 그런 게 느껴진다. 본인이 더 강해지느냐의 차이. 수용해버리면 되나? 수용하면 또 영혼 없이 일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겠지만, 나는 내 주장이나 취향은 강한 사람이다. 다만 그걸 점점 숨기게 된다. 이유는 그게 강하면 주변이 힘들고 나도 에너지가 드니까. 결국 취향과 일의 균형을 찾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