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R NO.3— 2024 Ver.
24년의 포스터를 만들어야했다. 나름대로 지키고 싶은 나와의 약속이랄까. 생각한 것에 비해 두 번째 포스터보다는 빠른 속도였다. 이 시리즈는 'Things I Like'라는 프로젝트 이름을 달았기 때문에 그 해에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나열한다.
키워드 선정에 나름대로 고민을 했다. 추상의 가치와 미학을 좀 더 깊게 고민하게 되었으며, 열심히 노트를 적고 수집하는 것에 열중했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양보다는 질에 우선순위를 두었고, 여가 시간에는 틈틈이 사진과 영상을 찍어댔다. Vaundy, 녹황색사회 등 J-POP을 많이 들었고 '블루 자이언트' 덕에 몇 년 만인지 모르게 만화책을 사보고, 재즈도 조금 듣게 되었다. 비효율적인 것을 경시했던 시각에서 비효율적이라도 돌봐야 하는 것들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극명한 대비가 있는 것을 좋아했고, 가짜보다는 진짜를 쫓고 싶었다.
표현하고 싶었던 무드는 기계적인 그라데이션 없이 두 가지 대비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가장자리에서 겨우 만나는 대비를 표현하고 싶었다. 이전에 디자인했던 포스터는 검은색 바탕에 밝은 글씨의 무채색이었기에 이번에는 강렬한 컬러를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오렌지색을 선택했는데, 이번에는 숙고의 과정 없이 어느 정도 무드를 만들고 곧바로 주문해버렸다. 심사숙고한 결과물보다는 해를 넘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좀 더 컸던 것 같다.
늘 인쇄를 맡기는 곳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퀄리티로 인쇄해왔고 작업한 것이 거의 그대로 표현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후에 색상 변형을 하면서 아쉬움이 커져갔다. 뭐랄까 컬러의 볼륨을 너무 크게 설정해버린 게 조금 후회스럽다고 해야 할까. 무언가를 홍보하는 목적의 포스터였다면 볼륨이 큰 포스터는 의미가 있겠지만 365일 함께하기에는 다소 시끄러운 느낌이다. 역시 뜸들이는 시간은 꽤 필요하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아쉽지만 몇 가지 컬러 배리에이션을 하고, 얼마 후 있을 동문 연말 파티에 준비할 선물로 Poster No.2와 Poster No.3의 이미지를 정돈했다. 이제는 이 버전이 사실 훨씬 마음에 들어버렸지만 강렬한 오렌지색 포스터도 나름대로 거친 초기작으로서 의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