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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노트 #3— Lorem

ID.80 / 2026.11.08. 10:51•essay

Lorem

포기한 줄 알았던 노트를 만들 결심이 Claude Fable 출시와 함께 다시 고개를 들었다. 오래는 안 걸릴 거라고 생각했던게 4달이 지났고 지금도 시간을 쓰고 있다. 혹시 아직 안써봤다면 lorem.md 한 번 써보시죠.

왜 노트를 만들었나

올해 초에 Notion을 사용하는 것이 점점 버거워졌는데, 무겁게 쓰는 탓도 있지만 점점 화면이 뜨지 않는 상태가 많아졌다. Notion 노트 생태계(?)를 만드는데 꽤 공을 들였기 때문에 아쉬움은 있었지만 더 이상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아마 나의 극악한 사용 방식 때문인듯) 울며 겨자먹기로 Obsidian으로 모든 기록을 옮기면서 여러 Obsidian 플러그인을 만들었다. Obsidian에 최근 Base라는 개념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데이터베이스 기능은 약하고 선택 입력을 돕는 것 조차 플러그인을 만들어 붙여야했다. 그래도 AI시대에 만드는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Obsidian의 특성상 붙이는 것이 자유롭기 때문에 감수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사용하면서 점점 붙여 쓰는 것이 많아졌는데 그러다가 문득 이럴거면 그냥 노트 앱을 만드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시작은 언제나 가벼운 마음이다...
물론 노트앱을 만들기로 결정하기 전에 Notion, Obisidian의 대안들은 거의 대부분 사용해봤다. 개념적으로 괜찮으면 만듦새가 아쉽고 만듦새가 좋은 것들은 너무 많은 것을 제공하려다보니 단순하지 않았다. 결국 삽을 뜨기로 한다.

이상적인 노트

원하는 노트의 모습은 대략 이러했다.

  • 로컬 기반일 것 — 속도와 AI 접근성

  • 데이터베이스와 노트를 다루기 쉬울 것 — 구조화된 기록

  • 이미지 갤러리로서의 기능을 할 것 — 기록이 전시가 되는 아카이브

  • 맥락을 기록할 수 있는 노트 — 백링크와 아웃링크를 매끄럽게

나는 PARA 기록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구조화된 기록이 필요하다. 구조화된 기록을 하더라도 Notion은 여러 데이터베이스를 함께 조회할 수 없는 점이 아쉬웠던 경험이 있어서 엄격한 구조화보다는 느슨한 구조화로 그 유연함을 활용하고 싶었다. 예로 관계 속성은 노션과 다르게 특정 DB를 선택하는 것은 옵션 필터 일 뿐 사실 모든 DB의 값이 관계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촬영한 모든 사진의 보정본과 디자인 작업 결과물을 노트에 정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지를 잘 다룰 수 있어야하고 보는 재미가 있어야했다. 이외에 디테일한 것들도 물론 많지만 큰 선택으로 치면 이 정도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Figma야 히사시부리

간만에 Figma를 켰다. 요즘은 디자인 과정 없이 바이브 코딩으로 바로 넘어가는 워크플로우도 많아졌다지만 머릿속에서는 정리가 안되고 프롬프트 핑퐁보다는 그냥 디자인하는게 빠를 것 같아서 Figma로 초안을 만들었다. 말이 초안이지 거의 제품 80%에 해당하는 화면들을 2주동안 가볍게 그렸는데, Claude에게 한달 정도 시켜야할 양으로 생각했지만 그는 2주만에 해내었다. 그리고 Shadcn을 쓰기엔 마지막 자존심같은게 있는건지 컴포넌트도 최소한으로 직접 디자인했다. 그냥 Shadcn 쓸걸.
AI와의 작업 순서에 Figma MCP를 쓰게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유용했다. 예전에 회사에서 하던대로 Handoff를 AI에게 하는 느낌. 사실 나는 Figma를 무료 티어만을 사용했었는데 (그걸로 충분했기 때문에), MCP 제한을 만나고나서 바로 결제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Figma가 이렇게 돈을 벌고 있구나란 생각에 주식도 조금 삼.
네?

결과

기능적으로 큰 개념들은 대체로 구현되었는데, 에디터 자체의 동작에 커스텀이 많이 끼면서 모든 경우의 수를 체크할 수 없음으로 인해 에디터 관련 버그들이 나타나고 있다. 고치는 것도 명쾌하지는 않아서 좀 찝찝한 상태랄까. 기능적으로는 Lorem.md 홈페이지 아래에 Sneak Peek에 주요 기능을 써두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기능 순서는 이러하다.

  • Grouped Property
    체크 박스 하나 때문에 글줄을 낭비하기 싫었는데 이 기능으로 여러 속성을 한 줄로 표시할 수 있다.

  • Linked Collection
    콜렉션 여러개를 하나의 뷰에서 보거나, 하나의 데이터 베이스를 각각 재단해서 사용할 수 있다.

  • iOS Shortcuts
    앱 외부에서 데일리노트 속성과 로그를 작성할 수 있다.

처음에 가장 벅찼던 기능은 Mention Format이라는 기능인데 본문에서 해당 노트의 속성을 컴포지션 할 수 있게 하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써보니 본문이 좀 지저분하게 보이기도 하고 생각보다는 유용하게 쓰이지는 않아서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부분. 그래도 Lorem의 전체적인 기능은 개인적으로는 나의 사용 경험을 위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대체로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앱 개발 비용 + 마무리

비용 정산은 대충 이렇다.

  • AI 사용료: 대략 120만 정도

  • Apple Developer 등록비: 약 12만 (매년)

  • Google Play Console 등록비: 약 3만 (1회성)

  • 물론 나의 인건비도...

자질구레하게 시험해본 것들에 쓴 비용들까지 하면 150만원 정도 사용한 것 같다. 물론 AI 사용료는 앱 개발만을 위해서 온전히 사용하지는 않아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Fable이 나온 시기에는 확실히 퍼포먼스 차이가 있어서 토큰을 꽤 많이 썼었다. 지금은 Opus 5.5가 나오면서 Opus 5.5를 주력으로 쓰고 있다. 일단 Opus 5.5는 Fable 쓰던 시기에 비하면 정말 가성비 모델이다. 생각보다 많이 썼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신기한 경험이긴 했다. 물론 모두가 생산성이 높아진게 또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아무튼 다른 사람들도 많이 써주면 좋겠지만 제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닿기가 어려워졌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높아진 생산성으로 서비스가 정말 많아진 시대이다 보니 어떻게 나와 비슷한 사용자와 만나게 할 것인가가 훨씬 더 중요해진 일 같다.